드디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주문한 0201 규격의 100nF 캐패시터 100개 묶음이 도착했어요.

12월 22일에 주문하고, 1월 2일에 도착했으니, 알리익스프레스의 판매자 개인 발송 치고는 상당히 빨리 도착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오늘 할 작업은 0201 규격의 100nF 캐패시터 두 개를 닌텐도 스위치 CPU 옆의 WiFi 모듈과 CPU가 통신하는 부분의 동박패드에 다시 붙여주는 거예요.

이유는, 저번에 업로드한 닌텐도 스위치 모드칩 및 커스텀 펌웨어 작업 – 1의 모드칩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쉴드캔을 제거하다가 실수로 캐패시터 하나를 날려버렸기 때문이에요.
날아간 캐패시터를 미숙한 실력과 요령 없는 손놀림으로 어떻게든 다시 붙여보려 하다가, 그나마 붙어있던 캐패시터 하나도 날려버려, 결국 두 개의 캐패시터를 붙여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먼지만큼 작은 크기의 캐패시터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알리에서 동일한 캐패시터 100개 묶음을 주문하고, 다음 시도에서는 확실하게 성공하기 위해서 비교적 고급의 트위저와 메카닉 브랜드의 60/40 실납, 그리고 저온에서도 잘 녹는 크림납을 추가로 구매했어요.
1. 본체 분해
그간 잘 쓰던 스위치를 메인보드까지 분해해요.

2-1. 인두기로 납땜 시도 (실패)
보통 작은 크기의 SMD 소자를 동박 패드에 납땜할 때는 인두기 대신 열풍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저도 그럴 생각으로 크림납을 구매한 건데, 납땜 부위가 CPU와 1c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열풍기의 뜨거운 열이 CPU를 손상시킬 것이 걱정됐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열풍기 대신 인두기를 사용해서 납땜을 시도했어요.


솔더윅으로 납을 깔끔하게 흡수하고..

하나 붙이고..

두개 붙이고..

깔끔하게 잘 붙은 것 같죠.
인두기로 납땜을 하면서 느낀 건데, 이번에 알리에서 고급 트위저와 메카닉 브랜드의 60/40 실납을 구매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기존에 사용하던 길이가 짝짝이인 트위저는 소자가 잘 잡히지도 않고 영 시원찮았는데, 새로 구매한 트위저는 잡는 것마다 끈끈이 트랩마냥 착착 아주 잘 잡아줬어요.
또, 기존에 사용하던 실납은 메이커도 성분 표시도 없는 실납이었는데, 인두기의 온도를 아주 높게 설정해야 겨우 녹을까 말까 하는, 작업성이 아주 떨어지는 싸구려 실납이었죠.
반면, 이번에 구매한 메카닉 브랜드의 60/40 실납은 녹는 것도 잘 녹고, 납이 붙어야 할 곳에 자석처럼 착 달라붙고, 반짝반짝 윤기까지 났어요. 기존에 사용하던 실납과는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좋았죠.
아무튼..

옆에서 봐도,

위에서 봐도,
양쪽 각 동박에 납이 잘 묻어있는 것처럼 보여요.
이때 멀티미터 정전용량측정기로 측정시, 실장 상태에서 두 캐패시터 모두 130nF이 나왔어요. 이는 실장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수치와 똑같은 수치죠.
이대로 전원을 켜봤는데, 2110-1118 오류는 여전히 발생했어요.
겉으로 보기에 납땜이 완벽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 오류가 해결되지 않아서 1차 멘붕, 설마 캐패시터가 아니라 와이파이/블루투스 칩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의심까지 했어요.
인두기 납땜은 첫 시도 이후로 다시 시도해보지 않았고, 우울한 심정으로 열풍기를 이용해 다시 납땜해보기로 했어요.
2-2. 열풍기로 납땜 시도 (성공)

인두기로 깔끔하게 붙였던 캐패시터 두 개를 떼고, 잔여 납을 제거했어요.

핀셋을 이용해 크림납을 동박 패드에 묻혔어요. 그리고 그 위에 소자를 얹고, 열풍기로 가열을 시작했죠.
그런데 분명 180도에서 녹는 크림납이라고 했는데, 열풍기의 온도를 440도로 설정하고 1cm 떨어진 거리에서 1분 정도를 가열해야 겨우겨우 녹았어요. 그마저도 애매하게 녹아서, 한 개의 소자만 겨우 제자리에 고정되고, 나머지 하나는 아예 붙지를 않았어요.
이때부터 2차 멘붕이 와서, 열풍기로 가열하다가 과열로 보드가 고장나면 그냥 버려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열풍기를 사용했어요. 기존에는 보드가 과열될 것을 우려하여, 좀 오래 가열하는 것 같다 싶으면 거기서 멈췄거든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열풍기로 납땜 부위를 열심히 조지니, 마침내 굳어 있던 납이 녹고, 캐패시터가 제자리를 알아서 찾아가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열풍기로 가열하면서 트위저로 살짝 건드려 보니, 유튜브 열풍기 사용 영상에서 보던 것처럼 살짝 건드려도 알아서 제자리를 찾아가더라구요.

이정도면 됐다고 생각해서 가열을 멈추고, IPA로 세척한 다음, 가조립한 상태에서 스위치의 전원을 켜봤어요.

두근두근..

성공!!
모드칩 설치 이후로 처음 보는 와이파이 목록 화면이에요. 이 화면을 보기 위해서 그동안 들인 시간과 돈, 수고를 생각하면, 차라리 수리 업자에게 맡기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죠.
하지만 집에 납땜 장비도 있고, 가벼운 납땜 경험도 있고, 검색을 통해 수리 방법을 찾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직접 수리하는 경험에서 오는 뿌듯함을 생각하면, 마냥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와이파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으니, 조립만 하면 되겠네요.
참고로, 현 상태(정상 작동하는 상태)에서 실장된 해당 0201 캐패시터를 멀티미터의 정전용량측정 모드로 측정해 보면, 둘 다 270nF이 나왔어요. 이는 인두기로 시도해서 실패했을 때 측정되었던 130nF과는 다른 수치죠.
혹시 같은 수리를 시도하시는 분들께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3. 본체 조립
짠!! 조립이 끝났어요.

와이파이 연결도 성공적..!! 이걸로 한 시름 놓았네요.
혹시 모드칩 작업하실 분은 꼭! 쉴드캔을 조심 또 조심해서 따시길 바랄게요..